우리나라의 문화는 우수합니다. 이미 검증이 되었습니다. 한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문화가 이웃 나라들에게 영향을 주더니, 이제는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시아권이 대부분이며,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는 일부 매니아층만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작은 나라가 정말 위상이 달라졌고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국력이나 국격을 나타내는 잣대가 여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힘이나 전쟁을 통한 지배와 피지배가 단순한 논리로 통용되었다면, 이제는 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빛을 발휘하기도 합니다.특히 민주주의와 개방, 글로벌화에 동화된 많은 나라 사람들이 이런 영향을 빠르게 받습니다. SNS을 통한 소통과 정보의 교류, 정보의 빠른 전달인 속도감 등 이제는 모든 사회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발전은 불과 얼마 전의 일입니다.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수 년전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나뉘었지만, 결국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를 활용한 게임이나 문화 등 다양한 역할, 포털사이트의 활성화 등도 그렇습니다.하지만 변화하는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유행을 선도하며 문화와 정보의 소유에서 앞서나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승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똑같다, 뻔하다의 냉정한 평가가 따르고 있고, 예전의 향수에 대한 그리움으로 옛 것을 더 그리워하며, 지키려고도 합니다. 특히 문화에서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얼마 전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20대는 잘 모르겠지만, 30~40대의 사람들은 90년대를 회상하며 추억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나 언론도 이러한 패턴을 읽고 많이 알리고 있습니다.오늘 날 한류가 있기까지, 노력없이 지나온 것도 아니며, 90년대의 문화적인 사건과 인물, 키워드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통한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정확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선으로 볼 수 있고, 사람들의 의식이나 바뀌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처음 힙합을 접했을때의 놀라움, 전혀 다른 패턴의 연예인과 가수들의 등장, 이를 통한 한 분야에 고착된 활동이 아닌, 만능의 시대로 도래하는 모습, 정치적인 이슈나 사건에 대해서 침묵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오늘 날의 모습 등 많은 것이 진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에 깊이 박혀있는 것도 당시의 충격이 강했고, 새롭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이 책은 그런 독자들을 위한 추억소환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화려했지만, 금방 지나간 지난 세월, 1990년대 문화키워드를 통해서 오늘 날과 비교하며, 발전과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이 발전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허함, 예전이 좋았다는 추억에 대한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이 생길 수 있겠지만, 너무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걸어왔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이를 통한 정치적 해석이나 폄하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문화가 주는 파급효과는 대단합니다.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슈와 결합하여 대중들에게 흥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부분, 말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풍자, 함께 소통하며 정의와 불의의 기준을 나누면서, 사람들이 문화를 우리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가 그 본질 자체로 묶여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나 산업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또 다른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단순한 추억팔이와 감성자극이 아닌 예전의 시대를 반추하며 현재와 미래를 해석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명확하며, 바쁜 세상을 살아가지만, 잠시 멈춰서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1990년대 문화를 20개의 문화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최근 1990년대와 관련한 문화적 열풍이 있었다. 웹진 문화 다에서는 문학, 영화,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필진들이 모여 1990년대 문화의 지형을 한권에 다룬 1990년대 문화 키워드 20 을 기획했다. 평론가, 연구자, 칼럼니스트 등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기획한 지 3년만에 나오는 성과물이다.
1990년대 문화적 열풍이 불었던 것은 앞을 바라보기 힘든 절망적 현실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현재에서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현실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헬조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로 타임머신의 여행을 떠났다. 누구는 그것을 퇴행적 복고 여행이라고도 했다. 2010년대에 발생한 1990년대에 대한 복고적 향수는 퇴행적 복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과거로 재충전의 여행을 집단적으로 떠난 것이다.
1990년대를 추억하는 문화적 복고 유행 뒤에 2016년 광화문과 서울 광장을 뒤덮었던 무수한 촛불들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1990년대를 추억하는 2010년대의 복고 유행과 2016년의 촛불혁명은 긴밀한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책에서 20명의 필자들은 퇴행적 복고가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1990년대 문화 현상을 통해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고자 했다.
복고 : 첫사랑과 가족애로 재현된 1990년대와 복고 (박상완) 10
―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를 중심으로
자살 : 분신정국과 불멸의 가객 (이혜진) 26
대중가요와 아이돌 가수 : 1990년대 대중가요, 영포티의 추억을 소환하다 (장유정) 46
노래방 : 나도 가수다, 라고 전해라 (김정남) 70
― 문화적 사건으로서의 ‘노래방’
압구정동 : 익명의 섬, 그 시절 우리에게는 압구정 오렌지족이 있었다 (권유리야) 86
신세대 : 새로운 세대의 탄생 ― 1990년대 ‘신세대’ 들 (박범기) 104
포스트모더니즘 : 난해하고 펑퍼짐한, 학문적 유행어 (차성연) 118 ― 포스트모더니즘 ‘열풍’ 현상과 이론적 논쟁
후일담 문학 : 역사의 청산주의와 새것의 맹목을 넘어서는 (고명철) 134
검열 & 외설 : 위악의 유산 (전성욱) 152
―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가 남긴 것
하루키 : Re·call(喚起/還收), 상실의 시대 (이지은) 172
모래시계 : 관찰자의 시선, 조정의 첫걸음 (정명문) 190
― 드라마 모래시계 열풍이 남긴 것
페미니즘 영화 : 1990년대 여성영화에 나타난 페미니즘적 시선 (이수향) 204
―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조폭영화 : 1990년대 한국영화의 조폭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김은정) 226
― 죽어간 남성들과 남성성 회복의 판타지
비디오 문화 : 1990년대 ‘비디오테크’ 세대의 영화 문화 (이종찬) 244
호출기 & 휴대폰 : 또 다른 세상과 만날 땐 잠시 거두셔도 좋습니다 (조동범) 260 ― 호출기와 휴대전화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PC통신문화 : Hello, ATDT World! (모희준) 276
스포츠 영웅 : IMF 금융위기 시대의 박찬호·박세리 사용법 (류찬열) 292
스타크래프트 : PC방 문화를 견인한 킬러 콘텐츠 (이상우) 308
― 아저씨의 스타크래프트 회고록
딴지일보 : 패러디 인터넷 신문과 비틀기의 찌르기 미학 (최강민) 326
세기말 : 1990년대 시에 나타난 세기말적인 상상력 (이성혁)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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