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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생각


* 아래 글은 예술 잡지 B-art에 실은 서평입니다. ============================================================================================== 최근 실내수영을 하던 동료들이 내가 하는 바다수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이 참여한 첫날 아주 간단한 코스로 해운대 A등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잡았다.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으로 입수. 그러나 부표까지 가던 도중, 김상수 형은 발이 닿지 않는 공포에 직면해서 다시 해변으로 돌아갔고, 김현길 형은 부표를 넘어가다 패닉이 왔다며 돌아갔다. 저들은 다음 주에 오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현길 형은 다음 주에 거대한 라이프 가드를 들고 등장했다. 형은 이게 있으면 저기까지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사실 바다수영 슈트의 부력 때문에 몸은 바다에서 둥실둥실 뜬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현길 형은 라이프 가드라는 허구가 있어야 허구적 패닉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A등대까지 갔다. 상수형도 나왔다. 처음 패닉이 왔던 현길 형이랑 같은 처지여서 둘이 해변을 횡으로 수영했지만, 다음에는 나와 함께 발이 닿지 않는 부표와 부표를 따라서 해운대를 횡으로 지났다.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한 형은 다음 주에는 등대까지 갈 수 있겠다고 했다. 다음 주가 왔다. 다 같이 A등대로 입수했다. 그러나 같이 오던 상수 형이 멈췄다. 이미 부표에 도달했던 모두가 멈추고 상수 형을 기다렸다. 형은 잠시 결심을 하는 것 같더니 다시 수영하기 시작했다. 부표에서 한숨 돌릴 때까지 기다린 후, 다같이 A등대로 향했다. 6월 27일은 상수 형이 A등대에 도착한 날이자, 우리 모두가 A등대에 도착한 날이다. 바다 한 가운데서 함께 함성을 질렀고, 오전에 국밥과 소주 세 병으로 한계에 도달한 그날을 기념했다. 귄터 벨치히는 놀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놀이란 “개인이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도모하는 활동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놀이는 온갖 가능성을 실험하고,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한계에 다가가고, 경험을 모으는 일이며, 어떤 지시도 받지 않고 교사 또는 감시자 없이 배우는 공부입니다.” 놀이는 자기 능력의 한계치와 환경을 두루 인지하고 이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행위이다. “재미없는 놀이는 일이고, 재미있는 일은 놀이입니다.”라고 이 책이 말하듯, 우리는 그날 바다에서 제대로 놀았다. 혼자 실내수영을 끊으면서 나는 이 형들과 바다로 가게 될 줄, 이 형들과 이렇게까지 놀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놀이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함께 놀기’이다. 상대가 닥친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기까지 기다려주고, 같이 걷고, 격려하는 것 말이다. 약자를 배려하는 놀이, 약자와 함께 하는 놀이, 내가 이미 약자임을 인정하는 놀이, 그들과 어울리는 놀이. 이 책은 놀이터에 대한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그러나 󰡔놀이터 생각󰡕은 놀이터에 대한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놀이터는 삶의 축도이다. 그러니 놀이에 대한 생각은 곧 삶에 대한 생각이다. 놀이와 삶을 전반적으로 다시 봐야할 필요가 된 세상, 과연 그런 세상이란 어떤 곳일까?
아이에게 천국도, 지옥도 말고
놀 시간과 놀 곳을 주라

2015년 한국의 어린이 놀이터 6만여 개 중 2,842개 놀이터가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놀이 공간이 안전 문제에 멱살 잡혀 숨통이 조이는 상황이다. 나머지 놀이터의 형편도 좋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놀이터에 일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애아를 위한 놀이 공간은 특히 부족하다. 장애아들의 자유로운 놀이터 이용을 위해서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대해 고려가 필요다. 단지 장애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놀이터 이용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장애아와 비장애아들이 한데 모여 놀 때 그들 사이에 우정이 싹트고 치료와 회복의 통합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4년 방한한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는 한국의 놀이터가 매우 심각하며 다른 나라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40년 동안 유럽과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수천 개의 놀이터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귄터 벨치히가 놀이터 생각을 들려준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머리말
놀이란 무엇인가?
놀이의 기능
옛날 어린이들은 어떻게 놀았을까
구획되고 분리된 놀이 공간은 꼭 있어야 할까
놀이터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생각 하나
놀이터의 설치, 범위, 비용
비용 줄이기
놀이터 계획
놀이터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질문
놀이터의 생애주기
놀이터 입구
울타리
놀이터 안의 경계
바닥과 기초공사
식물 조경
놀이터 안의 길
자전거 및 탈것을 위한 공간

생각 둘
놀이 기구 선택
놀이 기구의 재료와 색상
폐타이어를 이용한 놀이 기구

생각 셋
유치원 놀이터
학교 운동장과 놀이
학교 운동장 만들기
학교 운동장은 남아도는 공간이 아니다
도시 놀이 공간
스케이트보드와 청소년의 놀이

생각 넷
놀이터 사고와 안전

구석
내구성
높이와 간격
기초공사

생각 다섯
놀이 기구, 놀이 기능, 놀이 가치
집 놀이
매달리기와 흔들리기
시소와 뜀틀
회전 놀이
미끄럼
길 놀이
일 놀이
물 놀이와 진흙 놀이
벽돌쌓기 놀이

생각 여섯
놀이 기구의 배치와 조합
미끄럼 시설
물 놀이와 진흙 놀이 영역

생각 일곱
장애 어린이 통합 놀이터
-지체 또는 정신 장애 어린이 통합 놀이터를 위한 기본 지침
장애를 가진 사람들
장애의 종류와 한계 그리고 해결책
통합 놀이터를 위한 요구 조건
통합 놀이터와 놀이 기구에 필요한 사항들

생각 여덟
놀이터 관리
사용되지 않는 놀이터
이웃의 불만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사고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기구 파손

생각 아홉
놀이터 설치 점검 목록
부지와 주변 환경 평가
계획
놀이 선택
재정
놀이 기구 구입
시공
놀이터의 관리
놀이터의 보완, 교체, 확장
놀이터의 해체와 철거
학교 운동장 점검 목록
놀이터 관리 점검 목록

생각 열
어른은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아이들은 논다, 언제 어디서라도 모든 것을 가지고

나의 놀이터 친구, 귄터(편해문|놀이터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