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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마르


문학이라는 지도에서 가장 생소한 곳은? 아마 중동, 아프리카일 것이다. 중동에선 오르한 파묵 정도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하지만 나기브 마푸즈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이집트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은 우리동네아이들이다. 하지만 볼륨과 시간의 압박으로 이 책을 집어올렸다. 이 책은, 추리장르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그 외피를 들어올리면 나기브 마푸즈가 기거하는, 이집트의 시대와 영토가 웅크리고 있다. 작중 여러 인물이 등장하여 어렴풋이, 흐릿하게 릴레이하듯 대화를 이어나간다. 색채가 옅게 이어지는 소설이다. 마푸즈가 생각한 그의 고국의 현재와 미래는 아마 어렴풋이 보이는 안개속의 풍경인것으로 보인다.
아랍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기브 마푸즈는 소설 미라마르 를 통해 민중의 내면의 상처는 물론 세대와 계층의 어긋남으로 인해 생겨난 이집트 전체의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본다.

책의 화자인 네 남자는 모두 이집트의 각 계층과 가치관을 대변하며 자신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한때 진보적인 기자로 명성을 떨쳤으나 이제는 귀찮은 늙다리가 되어 조용한 미소 혹은 부드러운 조언 정도밖에 해줄 수 없게 된 아메르 와그디, 혁명 정신으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나 이제는 배신자가 되어 내면의 상처로 괴로워하며 또 다른 의미의 죄인이 되어 버린 만수르 바히, 물질 만능주의의 포로가 된 채 스스로의 재산 외에는 그 무엇도 즐길 수 없는 불행한 남자 호스니 알람, 사랑에도 정치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발을 담근 채 눈치만 살피다가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사르한 알베헤이리. 이들 모두는 「혁명」이라는 이름 앞이라면 언제나, 어디서나 지켜볼 수 있을 법한 보편화된 인간상이다.

독자는 결국 그들 가운데 하나에게 투영되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될 것이며, 이는 오늘 이집트의 현실 앞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산한 겨울, 변덕스러운 알렉산드리아의 날씨를 배경으로 추억과 회한만이 남은 노인들, 무력하거나 좌절한 젊은이들을 화자로 내세운 이 소설은 혁명 이후 혼란스러운 이집트의 모습을 여실히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아메르 와그디
호스니 알람
만수르 바히
사르한 알베레이리
아메르 와스디

부록: 미라마르 카페(루이스 세풀바다 / 권미선 옮김)
나기브 마푸즈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