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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기다리다

꽃을 기다리다

식물을 가까이하지 않는 현대인이라면 어떻게 꽃과 나무와 풀의 한 해 혹은 여러 해를 살아온 삶을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었을까요. 여기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의 다음 책이자 자연 관찰을 드로잉으로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가 생겼습니다.드로잉은 실제 사진과 다르게 배경은 흰 편에 식물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보기에도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배경이 가려져서 오롯이 식물의 윤곽이 도드라지고, 특유의 구조가 눈길을 끕니다.씨앗에서 싹이 움트듯이 나무의 작은 씨앗은 겨울눈이라고 합니다. 일 년에 크게는 몇 미터씩 자라나는 나무도 겨울눈에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앞 부분을 관통하는 단어는 겨울눈입니다. 재미난 것은 이런 겨울눈이 저마다 다르게 생긴 데다가 사시사철 매달려 있기 때문에 언제나 관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p. 38)무더위가 본격적으로 한창인 이 뜨거운 여름에 웬 꽃에 관한 책이라는 궁금증이 들 텐데요. 저도 몰랐지만, 꽃의 화려한 축제가 시작되는 계절은 여름이라고 합니다. 봄보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더 많습니다. (p. 209) 봄과는 달리 화려한 꽃을 더 구경할 기회가 생기게되는 것입니다.가을에 접어들면 나무는 이제 열매를 맺느라 분주해지고 우리가 아는 코스모스처럼 풀의 꽃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뜨겁고 선선한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면 나무는 다음 해에 자라날 겨울눈을 고대하고, 한해살이풀보다 생명력이 있는 로제트식물은 또 저마다의 준비를 하겠지요.이 책의 중간 중간과 마무리에는 드로잉을 하는 방법이 간략하지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자주 관찰하기가 제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곁에 있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보면 끈질기듯 혹은 우직하게 제 삶을 살아가는 식물이 참 많았습니다.

꽃은 왜 피는가.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가.
집요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 꽃의 생활사

봄이 되면 사람들은 꽃을 기다린다. 꽃은 예쁘다. 또한 신비롭다. 빛깔, 향기, 형태 등 모든 것으로 우리를 홀린다. 숲 해설 전문가인 저자가 10여 년간 직접 관찰하고 그리면서 기록한 이 책은 단지 꽃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식물이 온 힘을 다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우기까지의 온 과정을 담아냈다. 그 치열한 한살이를 알아야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나무들의 겨울눈과 로제트식물의 겨울나기, 4~5월의 신록, 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피는 꽃들의 이야기를 시간대 순으로 쫓아 사실상 1년 내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풀과 나무들의 소리 없는 성장사를 밝혀준다. 책 속에서 계절별 관찰 포인트도 잘 짚어주어 초보자가 식물 관찰의 입문서로 삼기에도 손색없다. 새봄이 시작되는 무렵부터 이 예쁜 책을 옆에 끼고서 도시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멀어졌던 자연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관찰하는 즐거움을 다시금 깨달아가게 될 것이다.

7 이 책을 보는 법
9 저자 서문

15 제1부 _ 꽃의 시작점, 겨울눈
51 제2부 _ 소리 없이, 새순이 돋다
89 제3부 _ 로제트식물의 겨울나기
111 제4부 _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
139 제5부 _ 꽃보다 연두, 신록에 빠지다
173 제6부 _ 꽃의 계절을 수놓은 나무꽃들
207 제7부 _ 정열적인 여름꽃들
247 제8부 _ 무더위 지나 가을까지 풀꽃 산책

293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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